날씨가 오늘부터 추워졌다.
어제는 길에서 땀나고 그랬는데 말야.
길이래봤자 사실, 광운대학교 캠퍼스 안.
요즘, 아!
진짜 일주일에 한 번 구로로 알바 때문에 출근하는 것을 제외하면
세상에나 광운대학교에서 100미터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오늘 학교 캠퍼스 안의 젊은이들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르게
따숩게 옷을 입고 어느 급한 멋쟁이는 벌써부터 코트로 바람을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코트 안의 치마는 여전히 무릎위를 유지하는 모습이어서,
그럴 때면 공기가 차도 마음은 그저 훈훈할 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이제 마음엔 벌써 겨울이 지척까지 온 것만 같고
남아있는 나의 학창시절이 왠지 캠퍼스 구석의 야위어가는 나뭇가지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
자그마치 대학교 9년차.
국민학교로부터 시작하여 장장 21년 간 달아왔었던 학생 딱지를 뗄 날이,
허우적대며 막무가내로 휘젓어도 닿을 듯 닿을 듯
하지만 수이 닿아지지가 않았던 출구 언저리 바위가,
이제야 손 끝에 만져지는 듯 하다.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허전함이,
익숙하지 않은 때때로의 한가로움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급함이,
추위라는 겉 옷에 감싸여 드러나지 않게 우리를 더 시리게 한다. 귀를, 손을, 마음을.
아직도 프로젝트를 위해서 준자네 집에서 잘 날이 있을 것 같은 내게
아직도 레포트 제출 때문에 정신없다고 하소연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내게
저들의 대화에 온통 자소서 얘기가 빠지지가 않고,
이곳 저곳에서 이름만 들어봤던 회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는
그저 생경하기만 하고 그저 마른 입술만 우물거릴 수 밖에.
비단 날씨가 추워서만이 아니었어. 어깨에 오늘 왠지 찬 기운이 느껴졌던 것은.
동희가 하는 말이, 선홍이가 하는 대화가, 희재가 좀마 투덜댔던 것 모두.
내게는 왠지 학창시절을 끝내라 기별하러 온 사자같아서 구태여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그 것에 대한 대화를 그들이 하고 있어서였어.
막 이래.
오늘 후배들이 두산, 이랜드, 삼성, 현대 얘기 하는 것들 적응 못하다가 갑자기,
자소서, 입사지원서 제출... 그 것들도 다 대학생활의 일부일지도 몰라 ㅡㅡ;
끝무렵에만 할 수 있는 또 다른 학창시절의 활동일지도 몰라 ㅡㅡ;
그렇게 거기에 생각이 미쳤을 때, 어제 저녁에 유일하게 한군데 회사에 지원했다.
자소서와 업무능력설명을 각각 50분 8분만에 써버리고, 사진은 5년전 사진.
수능끝나고 대학원서도 꼴랑 2개 넣고 만족했는데,
4학년 취업준비로 꼴랑 입사원서 회사 한 개에 넣고 막 또 이런다. 만족한다 ㅡㅡ;
근데 참, 합격하면 다녀야되나??????
어지간하면 학교는 정상적으로 끝마치고 싶은데 말야.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kk67547.cafe24.com/blog/rss/comment/78떨어질 건데 뭘 걱정하냐. 쿄쿄~
술이나 고만 퍼라. 돈없다면서 맨날 술이야!
ㅋㅋㅋ 그러게 말이다.
근데 막상 쓰고나니깐 가고 싶은 맘이 솟구치네..?
난 새로운 환경이 필요해 ㅋㅋ 심심해
Great post. I am dealing with some of these issues as well..